경기 파주시에서 카페 냉동창고에 60대 여성을 가둬 숨지게 한 30대 남성 A씨가 500억원 상당의 가짜 상품권을 직접 인쇄해 창고에 보관하고 판매하려 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피해자 실종 신고가 접수된 뒤부터 범행 동기에 이르기까지 여러 차례 진술을 바꾼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수사 당국에 따르면 A씨는 피해자 B씨가 실종됐을 당시 경찰 수사관과 B씨의 지인들에게 최종적으로 만난 장소와 이후 행적을 허위로 설명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실제 행적이 다른 점을 확인했고, A씨와 B씨가 함께 카페에 들어갔다가 A씨만 나오는 장면을 확보했다. 추궁을 받은 A씨는 냉동창고에 B씨를 가둔 사실을 자백했다.
체포된 뒤에도 A씨는 범행 경위와 동기에 관한 말을 바꿨다. 수사 초기에는 상품권 거래와 관련한 위약금 문제를 언급했지만, 이후에는 B씨에게 냉동창고에서 상품권을 보여줬고 B씨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지난달 카페 앞마당에 냉동창고를 임차해 설치한 이유도 달라졌다. 처음에는 살인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했다가 이후에는 “추운 냉동창고에 상품권을 두면 가짜인지 알기 어려울 것 같아서”라고 말했다. 현재는 B씨가 상품권이 가짜라는 사실을 쉽게 알아채자 당황해 냉동고 문을 닫아버렸다며 우발적 범행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B씨가 상품권의 위조 사실을 알아챘다는 A씨의 설명 역시 거짓말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 관련 증거와 A씨의 진술을 종합해 범행 동기를 확인할 방침이다.
A씨는 B씨가 창고에 들어가기 전 B씨의 휴대전화를 받아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실종된 뒤 휴대전화가 범행과 무관한 장소에서 여러 차례 켜졌다 꺼진 사실도 확인돼, A씨가 수사에 혼선을 주려고 한 것인지 경찰이 살펴보고 있다.
A씨가 보관한 가짜 상품권은 다른 곳에서 받은 것이 아니라, 한 업체에 촬영용이라고 의뢰해 직접 인쇄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은 장당 50만원권으로, 10상자 분량이며 겉면에 ‘촬영용’이라고 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이 상품권을 대량으로 현금화하는 속칭 ‘상품권깡’ 업자에게 판매하려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브로커 등 제삼자가 상품권의 위조 여부를 확인한 뒤 대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같은 방식으로 상품권을 팔려 했으며 B씨가 상품권 감정 등 중간 역할을 하려 했을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
실제로 대량의 상품권을 사려는 매수자가 있었는지 등 거래 전반은 수사 중이다. 경찰은 B씨를 서울에서 파주로 태워준 지인 C씨를 유가증권 위조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 C씨에게 살인과 관련한 혐의점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B씨 시신 부검 결과 1차 구두 소견에서는 외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시신이 얼어 사망 추정 시간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경찰은 B씨가 영하 20도 이하의 냉동창고에 감금된 뒤 저체온증과 산소 부족 등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진술과 확보된 증거를 비교하며 범행 동기와 경위를 수사하고 있다. 거래에서 중간 역할을 하려 한 것으로 보이는 B씨가 살해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 만큼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