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호르무즈 건너 홍해까지 확전…중동 ‘두 개의 전쟁’ 기로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보복을 주고받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예멘 반군의 교전도 격화하고 있다. 중동 확전 우려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육박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홍해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후티 예멘 반군이 4년간의 휴전을 뒤로하고 교전을 격화하면서 중동에서 ‘두 개의 전쟁’이 번질지 기로에 서게 됐다.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미국과 이란이 해상과 육지에서 서로를 겨냥한 보복을 이어가며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9일(현지시간) 요르단 알아즈라크의 미군 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요르단도 관영 매체를 통해 이란에서 자국 영토로 탄도미사일 20발이 날아왔다고 확인했다.

이란은 자국 유조선 등에 대한 폭격에 대응해 미 해군 함정 2척을 보복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순항미사일과 이지스(Aegis) 전투체계를 갖춘 미군 구축함 DDG-119와 DDG-53을 미사일로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군의 공격에 책임을 묻겠다며 쿠웨이트와 바레인 근해의 유조선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했다. 또 8일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군의 최신형 무인 잠수함 1척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혁명수비대는 이 잠수함에 대해 “수중 분야의 최신 기술을 탑재하고 있으며, 당초 2025년 미 테러 군대 함대에 인도될 예정이었던 장비”라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미군은 이란의 공격에 대응해 이란 유조선 5척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대이란 군사 공격을 총괄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8일 보도자료에서 유조선 격침이 “IRGC가 지난 이틀간 탄도미사일로 미 해군 함정을 2차례 공격한 것에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콜롬비아를 방문 중인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란은 미 해군 함정을 계속 타격하려 시도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러한 시도를 할 때마다 유조선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이 지난 5일에 이어 사흘 만에 보복성 공격에 나서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커졌다.

홍해에서는 친미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두고 사실상 전면전 수준의 공격을 주고받았다.

8일 후티 반군은 드론과 미사일로 카미스 무샤이트, 아브하, 나즈란, 지잔 등 사우디 남부 4개 도시를 공격했다. 사우디 공군기지와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핵심 정유·전력 시설도 타격 목표에 포함됐다.

이는 지난 2월 말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시작된 뒤 사우디 본토를 겨냥한 최대 규모의 공격이다. 사우디 당국은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73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사우디 주도 연합군은 즉시 보복에 나섰다. 사우디 전투기들은 후티 반군이 장악한 예멘 수도 사나 동부 주바와 서남부 타이츠 지역을 공습했다.

투르키 알말키 사우디 주도 연합군 대변인은 “테러 민병대를 억지하기 위해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간 소강상태였던 후티 반군과 사우디 주도 연합군 간 내전은 지난달 후티의 휴전 종료 선언 이후 악화했고,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확전 우려에 국제유가도 상승했다. 8일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99.46달러까지 올라 7월 2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종가는 전장보다 0.92달러(0.95%) 오른 배럴당 97.92달러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장보다 1.55달러(1.69%) 오른 배럴당 93.0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