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국적 남성이 본국에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며 법원으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이란에서 개종자는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만큼,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취지다.
“이란 가면 사형”…기독교 개종 이란인, 법원서 난민 인정
이슬람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이란 국적 남성이 서울행정법원에서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승소했다. 재판부는 이란에서 개종자가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 처해질 수 있고, 본국 귀국 시 박해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판단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0단독 조대현 판사는 이란 국적자 A씨가 서울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씨는 독실한 무슬림 가정에서 태어나 이슬람 신학교에 다녔다. 이슬람교가 자신의 가치관과 양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뒤, 17세에 이스파한시의 한 교회에서 기독교를 접하고 개종을 결심했다.
이란 정부의 위협이 상존하는 관계로 기독교인이 되려면 외국으로 가야 한다는 말을 듣고 여권을 발급받고자 군에 입대했다. 관광객으로 위장한 기독교 전도사들을 만나 그들이 머물던 호텔 방에서 세례를 받아 개종했다.
이후 튀르키예·아르메니아·필리핀 등에서 기독교 교육을 받고 귀국해 자택에서 ‘가정교회’ 형태로 비밀리에 종교활동을 했다.
그러다 2018년 동료 교인이 경찰에 체포되고, 혁명수비대 소속 가족으로부터 자신도 곧 체포될 수 있다는 경고를 받자 필리핀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왔다. A씨는 한국에서도 기독교 예배를 이어가다 2020년 난민인정을 신청했지만 당국은 진술을 믿기 어렵고,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씨는 불인정 결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A씨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뚜렷한 모순이 없다고 판단해 신빙성을 인정했다. 이란 내 가정교회 활동과 기독교 세례를 ‘수영’이라고 부르는 은어 등 신앙생활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정을 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기독교를 믿지 않는 이란인이라면 쉽게 알기 어려운 정황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며 “A씨가 한국 입국 전후로 한 여러 종교활동 역시 이란의 헌법·형사법·샤리아에 따라 사형에까지 처해지는 배교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슬람교는 이란의 국가 정체성과 밀접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며 “이슬람 종교율법인 ‘샤리아’에 의하면 이슬람교에서 개종한 사람들은 배교자로 간주돼 사형에까지 처해질 수 있고, 이는 이란 법률상 형사 범죄도 구성한다”고 밝혔다.
또 이란이 미국·이스라엘과 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사회적 결속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강조될 경우 소수 신념을 가진 이들에 대한 인권침해나 차별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전쟁이라는 중대한 위기에 직면한 국가에서는 사회적 결속과 국가에 대한 충성이 강조되고, 그 과정에서 다수와 다른 신념을 가진 소수자에 대해 인권침해나 차별이 일어날 위험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이란으로 돌아갈 경우 박해받을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