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당시 유독물질에 노출된 미국인 생존자 가운데 암으로 의료 지원을 받는 환자가 최근 5년 새 약 3배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세계무역센터(WTC) 건강 프로그램’ 통계를 분석한 결과, 암 치료 지원을 받는 9·11 생존자가 2021년 6월 8870명에서 2026년 2만7300명으로 급증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해 6월 기준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생존자는 약 5만4000명이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암 치료 지원을 받고 있으며, 5년 전 해당 비율은 35%였다.
WTC 건강 프로그램은 9·11 당시 WTC 인근 유해 물질에 노출된 생존자와 구조대원, 복구 작업자, 주민 등을 지원하기 위해 미 연방정부가 운영하는 의료 지원 프로그램이다. 의료 모니터링과 치료 지원을 제공한다.
뉴욕대(NYU)가 진행한 별도 연구에서도 2019년부터 2024년 사이 9·11 생존자의 의료 지원 건수가 약 2.5배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WTC 환경보건센터에 등록된 암 환자는 2019년 2561명에서 2024년 6588명으로 늘었다.
다만 WTC 건강 프로그램의 데이터가 9·11과 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생존자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참여하는 특성이 있고, 생존자들의 고령화에 따라 암 환자 비율이 자연스럽게 증가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9·11 당시 WTC 건물이 무너지면서 인근 지역에 유포된 각종 발암물질과 유독성 잔여물이 인체에 악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분석해 왔다.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서 검사한 곳 거의 어디에서나 석면이 발견됐다”며 “사람들은 자신이 믿었던 지도자들이 안전하다고 거짓말했기 때문에 유독한 공기로 병들었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제로는 2001년 9·11 테러 당시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를 가리킨다.
뉴욕시는 이날 9·11 테러 직후 맨해튼의 공기가 안전하다는 당국 발표와 달리, WTC 붕괴 현장 인근에서 석면과 벤젠 등 유해물질이 장기간 검출됐음을 보여주는 내부 문건 17만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시 당국이 시민들에게 현장 주변으로 돌아가도 안전하다고 안내하는 동안 유독물질 노출에 따른 건강 피해와 법적 책임 가능성을 검토한 정황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