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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로 실질적인 수사에 착수했다면 해당 지휘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다른 검사가 기소하더라도 검찰청법상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69)씨에게 공소기각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국내 미술대학원 원장이던 A씨는 2019년 제자인 대학원생 B씨로부터 현금 3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B(55)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2년 5∼7월 3차례에 걸친 감사원 출석 요구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은 혐의(감사원법 위반)도 받았다.
감사원장이 2022년 7월 검찰총장에게 수사를 요청하면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은 한 달 뒤 C 검사의 지휘로 수사에 착수해 참고인 진술조서와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했다.
이후 수사관은 D·E 검사의 지휘를 받았고, 2024년 2월 범죄인지보고를 거쳐 E 검사에게 사건을 송치했다. E 검사는 추가 수사를 진행한 뒤 같은 해 8월 공소를 제기했다.
쟁점은 이 같은 과정이 검찰청법상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어긋나는지였다. 1심은 피고인들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공소기각을 선고했다. 수사관에게서 사건을 송치받아 추가 수사를 한 E 검사가 수사 개시 검사이자 기소 검사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 개시 검사는 E 검사가 아니라 C 검사라고 판단했다. 검찰청법 4조 2항의 ‘수사 개시’는 검사가 범죄에 관한 최초의 수사를 개시해 일차적 수사를 담당한 경우를 뜻한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했다.
대법원은 "검찰 수사관이 어떤 범죄에 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검찰 수사관의 수사 개시가 아니라 검찰청법 4조 2항 본문의 ‘검사 자신의 수사 개시’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관은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할 뿐이고, 사법경찰관에게 인정되는 일반적 수사권에 관한 근거 규정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에서도 수사관이 C 검사의 지휘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는 등 수사행위에 착수했으므로 C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범죄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E 검사가 사건을 송치받아 추가 수사를 하고 공소를 제기했더라도, 자신이 수사를 개시한 범죄를 기소한 것은 아니라고 봤다. 대법원은 원심이 검찰청법 4조 2항의 적용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며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앞서 지난 7월에도 검찰 수사관이 검사 지휘를 받아 착수한 수사가 검사가 수사를 개시한 범죄에 해당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첫 판단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