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을 위해 양국이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공동언론발표에서 “대한민국과 프랑스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항행의 자유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이 조속히 회복되도록 긴밀한 공조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국의 긴밀한 협력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공동 노력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월 저는 프랑스와 영국이 주도한 호르무즈 해협 회의에 참여해 해협의 안정과 항행의 자유를 위한 대한민국의 기여 의지를 밝혔다”고 말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 등 국제사회 구성원들과 이 사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파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르무즈 해협 안정화는 우리에게 원유 수입 안정성과 국민국가 안전 확보 차원에서 중요한 사안”이라면서 “이 대통령이 이 부분에서 많은 고민이 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대한민국도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왔다”며 “앞으로도 우크라이나 평화 회복과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마크롱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지지와 협력 의지를 보여줬다”며 “양국은 한반도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계속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국방·안보 협력 강화
두 정상은 올해 한·프랑스 수교 140주년을 맞아 양국의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은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개정 의정서에 서명해 정보교환 체계를 정교화하기로 했다. 군 협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상호군수지원협정 체결 방안도 협의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다음 주 서울에서 실시되는 양국 공군의 ‘페가스’ 합동훈련과 올해 하반기 양국 해군의 상호 기항도 협력 사례로 언급됐다. 이 대통령은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해 나가기 위해 국방·안보 협력의 실질적 도약을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유럽을 대표하는 방산 강국인 프랑스는 한국군의 역량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에 참여해왔다”며 “앞으로도 호혜적인 협력 사업을 적극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다.
첨단산업·원자력 협력 확대
경제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교역액 200억 달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양자·우주·원자력·바이오 등 첨단산업과 과학기술을 산업 및 시장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도 구체화할 계획이다.
정상회담 뒤에는 양해각서(MOU)와 투자 서명식이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프랑스의 오픈AI’로 불리는 미스트랄AI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업은 삼성전자 반도체 노하우를 보호할 수 있는 삼성전자 전용 사내용 AI 모델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다.
원전 분야에서는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MOU가 체결됐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와 지난 4월 합의한 원자력 전 주기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원자력 연구개발과 연료 공급 분야의 협력 문건을 추가로 체결하고, 차세대 원자로 개발과 공급망 다변화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과의 합의를 토대로 민간 원자력 협력을 위한 고위급 대화채널도 개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화·인적 교류도 확대
문화 분야에서는 10억 유로 규모의 ‘뤼미에르 파트너십’ 추진 의사를 재확인했다. 양국 영화·영상 산업에 2027~2031년 각각 약 8000억원을 투자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양국은 국민 간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항공협정을 개정하고,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여 대상도 넓히기로 했다. 관련 협정 개정안은 다음달 1일부터 발효된다.
프랑스에 한국인 보조교사를 시범 파견하고, 양국 차세대 연구자 간 네트워크와 문화 분야 공동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협력 사례로 거론됐다. 양국 경찰은 치안협력 합의문을 토대로 초국가범죄 대응에도 협력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양국 기업 20여곳이 참여한 한·프랑스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에 참석했으며, 마크롱 대통령 부부와 국빈 만찬을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