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김행·강선우·용혜인…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 3년 새 3명 낙마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지명 2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성평등부와 전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는 김행·강선우에 이어 최근 3년 새 세 번째 낙마다.

용혜인 공식 홈페이지 대표 프로필 사진. 직접 이미지 URL, 908x1210. 특정 사건 현장 사진이 아님.

용혜인 공식 홈페이지 대표 프로필 사진. 직접 이미지 URL, 908x1210. 특정 사건 현장 사진이 아님. · 용혜인 공식 홈페이지 · 해당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지명 2주 만에 자진 사퇴하면서, 성평등부와 전신인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낙마 잔혹사’가 되풀이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후보자로 지명됐다가 낙마한 인사는 김행·강선우·용혜인 후보자 등 최근 3년 새 3명째다.

용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후보자직을 오늘부로 내려놓고자 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 겸직을 두고 국민적 공감대가 넓지 못한 상황을 고려해 결단해 달라는 의사를 전달받았다”며 “여당도 우려를 표하는 상황에서 국무위원의 직을 수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사퇴 이유로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민주진보진영 내 연대 정신을 이어가는 데에도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용 후보자를 성평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용 후보자가 관례와 달리 비례대표 의원직과 장관직을 겸직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후 이른바 ‘가족소득당 논란’과 언더조직 활동 의혹 등이 차례로 불거졌다. 용 후보자는 지난 10일까지만 해도 기자회견을 열고 각종 의혹을 반박하며 인사청문회 개최를 촉구했으나, 여당 안에서도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사퇴 기자회견 뒤 “국정과 민생에 미칠 부담을 줄이고자 후보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본다”며 “향후 필요한 후속 절차는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낙마가 이어진 것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으로 사의를 표명한 때부터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후임으로 김행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지명했지만, 김 후보자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 등으로 약 1개월 만에 자진 사퇴했다. 당시 김 후보자 검증에 나섰던 이가 용 후보자였다.

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이미 사의를 밝힌 김현숙 장관이 계속 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김 장관의 사표가 2024년 2월 수리된 뒤에는 신영숙 차관의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졌고, 신 차관은 약 1년 7개월간 장관 직무대행을 맡았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6월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인사청문회까지 열렸으나 ‘보좌진 갑질 논란’과 거짓 해명 논란 등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지난해 7월 후보자직에서 물러났다. 2005년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 후 현역 국회의원이 낙마한 첫 사례였다. 현역 의원 출신인 강선우·용혜인 후보자가 연이어 낙마하면서, 이른바 ‘현역 의원 불패 공식’도 성평등부 장관 인선에서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원민경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새 후보자로 지명했고, 원 후보자가 지난해 9월 여성가족부 장관에 취임했다. 2024년 2월부터 이어진 수장 공백 약 1년 7개월 만이었다. 원 장관은 지난해 10월 여성가족부가 성평등가족부로 개편되면서 초대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 일해 왔다. 후임으로 지명된 용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새 후보자를 찾을 때까지 원 장관이 부처를 더 이끌 전망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책 전문성보다 정무적 배려를 앞세운 인선 관행이 잇따른 낙마로 이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초선 의원은 “성평등부는 규모도 작고 기능도 다른 부처와 겹치기 때문에 사실상 정치적 배려의 자리라는 인식이 있다”며 “관심이 덜한 부처이다 보니 코드 인사를 하기 좋고, 그런 생각이 인사 실패를 불렀다”고 말했다. 성평등부가 담당하는 성평등·가족·청소년 정책은 교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과 겹치는 영역이 적지 않다.

윤왕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전문성보다는 충성도 높은 측근이나 상징적 인물한테 자리를 나눠주는 식으로 변질된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임명권자가 성평등가족부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다 보니 자격 미달 인사가 연이어 지명되고 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성계에서도 용 후보자 지명 소식에 반대 입장을 냈다. 이선희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는 “이번 개각에서 성평등가족부는 들러리였다”며 “성평등부 장관은 공석도 아니었고 크게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정치적 이해와 정략적 판단이 정부 인사에 과도하게 개입했다”며 “충분한 검증과 사회적 논의를 거쳐 성평등 정책에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춘 인사를 임명할 것”을 요구했다. 임신중지 약물 도입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보완수사권 폐지를 비롯해 젠더 폭력, 취업, 일·가정 양립 등 민감한 현안이 성평등부에 몰려 있는 만큼, 전문성과 정치적 조정 능력을 갖춘 장관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일각에서는 성평등부 확대·개편 이후 풀어야 할 과제가 쌓인 상황에서 후임 장관 인선이 다시 늦어지면 정책 추진 동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