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휘발유·경유·등유 등 국내 석유제품 최고가격을 4주 더 동결한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로 다시 급등했지만, 서민 가계의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는 데 무게를 둔 조치다.
석유 최고가격 4주 더 동결…유가 급등에도 민생안정 방점
정부가 19일 0시부터 4주간 휘발유·경유·등유 최고가격을 기존과 같이 동결한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었지만 물가 부담과 환율 하락을 이유로 민생 안정에 무게를 뒀다.
red and white tower under blue sky during night time · 사진 Maksym Kaharlytskyi / Unsplash · 해당 이미지는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사진 원문 보기
산업통상부는 18일 "19일 0시부터 향후 4주간 적용되는 10차 석유 최고가격을 기존 9차 최고가격으로 동결한다"고 밝혔다. 10차 최고가격은 7∼9차와 같이 리터(L)당 휘발유 1천784원, 경유 1천773원, 등유 1천380원으로 유지된다. 지난 6월 말 7차 최고가격을 L당 150원씩 인하한 뒤 7∼8월에 이어 9월에도 같은 가격대가 이어진다.
8월 일시적 소강상태를 보였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9월 들어 다시 격화하고, 후티 반군이 홍해 인근 도시 등을 점거하면서 국제유가는 요동쳤다. 지난 16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28.0달러, 브렌트유는 105.8달러,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102.4달러까지 올랐다. 국제 경유 가격도 배럴당 201달러에 달하는 등 국제 석유제품 가격이 함께 급등했다.
정부는 유가 급등세에도 민생 안정을 이유로 최고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은 6월 3.2%에서 7월 2.8%로 하락했다가 8월 다시 3.1%로 오르며 가계 부담이 커진 상태다. 최고가격을 210원 올렸던 지난 3월 4주 당시 1천505원에 달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천358원으로 약 10% 떨어져 국제유가 상승 충격을 일부 상쇄했다.
양기욱 산업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국제유가 상황과 최근 서민 물가부담, 지난 최고가 지정 동향과 환율 하락 추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석유 최고가격제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3월부터 8월까지 국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평균 0.6%p(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냈다고 정부는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석유 가격을 인위적으로 억눌러 에너지 과소비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에도 실제 석유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어 시장 왜곡 우려는 크지 않다고 반박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둘째 주부터 8월까지 주유소 총소매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휘발유 2.1%, 경유 8.4% 감소했다. 7월은 휘발유 2.2%, 경유 8.6% 줄었고, 8월도 휘발유 1.2%, 경유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 실장은 "중동정세 긴장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통한 민생 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국제유가 변동과 국내 석유 소비 추이 등을 면밀히 살펴보면서 유연하면서 신중하게 최고가격제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