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메가프로젝트 등으로 물 수요가 급증할 것은 분명한데 댐과 같은 수리시설은 추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가 쓴 물을 다시 쓰는 쪽으로 정책을 모은다.
2030년 공업용수 5분의 1, 하수재이용수로 공급
정부는 2030년 공업용수의 약 5분의 1을 하수재이용수로 공급하도록 ‘제2차 물 이용 기본 계획’을 바꿨다. 극한가뭄과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의 물 수요가 겹치는 가운데, 댐 등 수리시설을 더 짓기 어려운 여건에서 쓴 물을 다시 쓰는 쪽으로 목표를 올렸다.
25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기후부는 2030년 공업용수 5분의 1을 하수재이용수로 공급하기로 하고 이를 반영해 ‘제2차 물 이용 기본 계획’을 변경했다.
계획에 따르면 2030년 한강·금강·낙동강·영산강·섬진강 등 5대 권역 공업용수 이용량은 연간 29억400만t에 달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6억6천400만t(22.9%)을 사용한 공업용수를 정화한 물로 공급하는 것이 정부 목표다. 애초 공업용수 재이용률 목표치는 15.0%였는데 7.9%포인트(p) 상향됐다.
2030년에는 전체 하수처리수 20%를 하수처리장 밖으로 내보내 공업용수와 농업용수 등으로 쓴다는 목표도 세웠다. 같은 해 연간 하수 처리량은 79억9천800만t으로 예상되며, 하수처리장 밖에서 용수로 재이용하는 목표량은 15억7천600만t이다.
정부는 2030년 전체 물 이용량(연간 394억t 예상)의 7.2%(연간 28억5천t)를 하수처리수와 중수도, 빗물, 폐수처리수를 재이용해 공급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2024년 재이용된 물은 하수처리수 11억7천만t, 중수도 2억6천만t, 빗물 1천300만t, 폐수처리수 3천900만t 등 14억8천만t이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보면 재이용하는 물을 2배 가까이 늘리겠다는 뜻이다.
이번 물 이용 기본 계획 변경 작업은 메가프로젝트 발표 전에 이뤄졌다. 경기 용인시에 조성되는 반도체 클러스터와 15개 국가첨단산업단지 물 수요는 반영됐지만 호남 반도체 산단은 반영되지 않았다. 호남 반도체 산단에도 하루 30만t의 하수처리수가 공급될 예정이어서, 이를 고려하면 공업용수 공급에서 하수처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획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하수처리수를 공급할 시설로는 광주제1하수처리장이 거론된다.
정부가 물 재이용에 힘을 싣는 이유는 기후변화로 극한가뭄이 빈번해지는 가운데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물이 대량으로 필요한 산업을 육성하려다 보니 안정적인 수자원이 절실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물 재이용률은 15% 정도로 낮은데, 달리 보면 정부 노력에 따라 활용할 여지가 많은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에 변경된 기본 계획을 이행하려면 올해부터 2030년까지 5년간 총 2조1천968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국비와 지방비를 각각 1조107억원과 5천574억원 투입하고 민간에서 6천287억원을 조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제도적으로는 일정 규모 이상 산단에 하수재이용수 사용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산업시설에서 냉각수로 사용된 뒤 배출된 온배수의 재이용을 늘리기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정부가 주도해 광역 단위 물 재이용 시설을 설치하고 사업을 시행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행 물재이용법상 공공하수도관리청이 재처리수를 공급할 수 있어 지방자치단체가 물 재이용 사업 주체가 되는데, 지자체 재정 여건이 열악하거나 여러 지자체가 연관되면 지자체가 사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