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에 보냈다고 공개한 데 대해 그간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 발언을 부인하지 않아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젤렌스키 ‘북한군 포로 한국행’ 발언 사실상 확인
정부는 24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을 한국으로 보냈다고 공개한 데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신변 안전을 이유로 구체적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북한군 포로 송환 문제와 관련해 “당사자들의 자유의사를 존중하고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입장에 따라 그간 우크라이나 측을 비롯한 관련국·기관과 필요한 소통과 협의를 진행해 왔다”고 설명했다.
다만 “동 사안은 당사자 및 가족의 신변안전과 관련된 민감한 사안”이라며 “개별 인원의 신병 처리 여부나 시기·경로, 양국 간 구체적인 협의 내용 등에 관해서는 확인해 드리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지만, 신병 처리와 협의 내용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1차 유엔총회 연설에서 “최근 북한군 전쟁 포로 2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생포하기가 쉽지 않다”며 “그중 한 명은 포로로 잡힐 것을 알아차렸을 때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고 운명이 자신을 죽게 놔두지 않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북한에서 사람들을 키워내는 방식”이라며 “그들의 자유와 선택할 권리를 빼앗는다”고 북한 체제를 비판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두고는 “왜 북한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목숨을 바쳐야 하나, 그런 세력에게 전쟁하는 법을 배울 시간을 더 줘야 하나”고 반문했다. “김정은은 그들을 마치 화폐처럼 이용하고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얻고 있다”며 “아시아 전역의 국가들은 이미 북한의 향상된 탄도미사일과 크게 발전한 드론 역량을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한 지도자는 러시아군의 취약한 부분을 지원하기 위해 자신의 병력을 러시아에 보냈고 북한군 역시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북한군 포로 2명은 지난해 1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됐다.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생포 사실을 공개했고, 우크라이나가 이들을 쿠르스크에서 생포했다는 사실은 외신 보도로도 확인된다. 이후 언론 인터뷰와 탈북민 단체에 전달한 친필 편지 등을 통해 한국으로의 귀순 의사를 밝혀왔다.
한국 정부는 북한군 포로가 헌법상 우리 국민이고, 한국행 요청 시 전원 수용한다는 기본원칙과 관계 법령에 따라 필요한 보호와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외교부는 지난 7월에도 우크라이나 측과 소통하고 있다며 포로 본인의 자유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양국은 지난 3월 외교장관 회담에서 북한군 포로 문제를 당사자의 자유의사와 국제법,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 해결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월 8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다. 당시 양 정상은 당사자의 자유의사를 존중하면서 국제법과 인도주의 원칙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다는 데 뜻을 모았다.
다만 이번 포로 2명이 언제, 어떤 경로로 한국에 들어왔는지와 현재 신병이 어디에서 관리되고 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