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5일 정부의 ‘북한 포로 국내 송환 사실 비공개 방침’을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공개 비판하고, 정부 조치에 대한 야당 지적을 “정쟁 확대”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공개해야 할 사안을 정부·여당이 북한 눈치 보느라 타국 정상까지 비판하는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 대통령의 ‘대북 송금’ 의혹 사건과 연결지었다.
北 포로 송환 비공개 충돌…與 “우크라 신뢰 저버려” 野 “대북송금 눈치”
여야가 25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북한군 포로 2명 국내 송환 사실 공개를 두고 충돌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비공개 합의를 깼다며 비판했고, 국민의힘은 공개가 마땅하다며 대북송금 의혹과 연결했다.
이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지난 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군 포로 2명의 국내 송환 사실을 공개한 것과 관련해,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비공개 방침을 깼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북한 포로 국내 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다. 비공개하는 것이 모든 면에서 타당했고 그렇게 합의했다”고 밝혔다. 야당 비판에는 “남북 관계가 어떻게 되든, 누군가 죽어 나가든, 국익이 손상되든 개의치 않고 성과를 생색내느라 포로 송환 사실을 징치고 춤추며 온 세상에 광고했을 그들”이라며 “소소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의 생명과 국익, 안보를 해치는 사람을 살인자나 매국노라 부른다”고 맹비난했다. “타당하고 정당한 비공개 조치를 비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도 했다.
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이날 논평·브리핑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대한민국과 우크라이나 양국 간 비공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포로 송환 사실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며 “양국 간 신뢰를 저버린 처사이자 국가안보 측면에서도 위험한 행동”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우크라이나 측에 공개 경위를 우리 정부에 충분히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동시에 당사자들의 안전을 위한 후속 조치에 적극 협력하라고 촉구했다.
신 대변인은 “정부는 송환 사실 공개에 따른 위험 요인을 면밀히 재점검하고, 관계 기관과 협력해 필요한 보호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신원과 소재를 추정할 수 있는 정보가 추가로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고, 당사자의 심리적 안정과 정착 지원에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야당을 향해서는 “이재명 정부는 북한군 포로 송환을 자화자찬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 사안을 정쟁으로 확대하지 말라”면서 “보호 대상자의 신상이나 구체적인 보호 경위가 드러날 수 있는 공개 요구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를 자제하고, 당사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조치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정점식 원내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북한 포로 국내 송환은 시기의 문제만 있을 뿐 공개하는 게 맞다. 정부가 국제사회와 공조를 통해 인도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정부가 갑자기 비공개에 집착한 이유가 뭔가”라며 “김정은 심기를 건드리는 게 그렇게도 두려웠나. 그 두려움이 ‘대북송금 사건’의 약점 때문인가”라고 받아쳤다. 이어 “이 대통령이 국내 송환을 왜 숨겼냐는 국민의힘 지적에 ‘살인자’, ‘매국노’ 같은 극단적 언어까지 써가며 비난을 퍼부었다”며 “정부는 북한 정권에 가짜 평화를 구걸하며 온갖 도발 앞에서 굴종하고 있다. 미사일을 불상 발사체로, 지뢰 사고를 미상의 폭발로 부르는 굴종적인 언어 착란이야말로 안보를 내팽개친 매국의 언어”라고 쏘아붙였다. “매국노는 바로 당신들”이라고도 직격했다.
안철수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북한 눈치에 포로 송환조차 우리가 주체적으로 공개할 수 없으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북한을 향한 연모가 커질수록 안보는 무력화되고, 외교는 무능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되려 자국민에게 매국노와 살인자라 비난하는 게 정상인가. 이대로라면 북한이 포로의 북송을 요구하면 들어줄 판”이라고도 했다.
주진우 의원은 “국민 몰래 북한군 포로를 비공개 송환했다가 젤렌스키에 의해 진실이 드러났다. 국제 망신”이라며 “문재인 정부 때처럼 북한 포로를 몰래 이송하려 한 것인지 국민 앞에 즉각 경과를 보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 파주시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지뢰 폭발 사고와 연결해 “북한군 포로 이송이 북한군의 잇단 도발을 야기한 것인지 상관관계를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도 했다.
김용태 의원은 “애초에 한국 정부가 비공개 송환을 요구했다는 것 자체가 처음부터 북한 정권 눈치만 보고 있었다는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며 이처럼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는 것이 괴이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에게 국정 판단의 핵심 기준은 무엇인가. 북한 정권의 눈치를 봐야 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생명과 연결돼 있다는 의혹만 더 키울 것”이라고 가세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정부와 비공개를 합의한 것은 적절했다고 이해한다”면서도 “비공개 합의의 존재를 모르는 국민이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을 우리 대통령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처음 들었을 때 느꼈을 당혹감을 생각해 보기 바란다. ‘살인자 매국노’ 같은 거친 언사를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은 “‘한국인 건드리면 패가망신시키겠다’고 허세 부리던 이 대통령이 북한 지뢰 공격에는 입을 꾹 닫고 북한 포로가 공개된 것에만 화낸다”며 “이재명 정권의 안보 기준은 ‘한국인을 건드렸느냐’가 아니라 ‘북한 김정은 정권의 기분을 상하게 했느냐’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이재명을 위한 대북송금을 받은 당사자 김정은에게 약점 잡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