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원, 남북연락사무소 폭파 북한에 446억 배상 명령

서울중앙지법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에 446억여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첫 손해배상 소송 1심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이 대한민국 정부에 446억여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판사 김형철)는 16일 대한민국 정부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북한이 우리 정부에 446억 2천641만 722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원고가 청구한 금액을 사실상 그대로 인용했으며, 구체적인 판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개인이 아닌 대한민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첫 손해배상 소송이다. 그간 북한이탈주민 등 개인이 북한을 상대로 낸 소송은 다수 있었으나, 정부가 원고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송 제기 약 3년 3개월 만에 1심 판단이 나왔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4·27 판문점 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개성에 문을 열었다. 2007년 준공돼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회의사무소(경협사무소), 남북회담 장소 등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개소 이후 남북 교류의 거점 역할을 했으나,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돼 ‘노딜’로 끝난 뒤 남북 소장 회의가 중단됐고, 이듬해 1월 코로나19로 남측 인력이 철수했다.

북한은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등을 문제 삼아 2020년 6월 16일 연락사무소 건물을 폭파했다.

통일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3년)를 중단하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2023년 6월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산정한 국유재산 피해액은 연락사무소 청사 102억 5천만 원과 인접한 종합지원센터 344억 5천만 원 등 모두 447억 원가량이다.

재판부는 북한에 직접 소송 서류를 전달하기 어려운 만큼 소장 등을 공시송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다.

다만 북한이 판결에 따라 실제 배상금을 지급할 가능성은 낮고, 현재로서는 북한을 상대로 판결 이행을 강제할 현실적인 수단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북한을 상대로 진행된 종전 민사 소송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지급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통일부는 판결 직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재판부는 당초 지난달 예정됐던 선고를 통일부 요청에 따라 한 차례 연기했다. 당시 통일부는 북한 당국을 상대로 한 정부 차원의 첫 소송인 만큼 판결 이후 조치 등을 검토할 실무적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