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명이 숨지거나 다친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를 수사한 경찰이 인명피해 책임이 있는 대표이사 등 13명을 검찰에 넘겼다.
대전 안전공업 화재 참사, 대표 등 13명 검찰 송치
74명이 숨지거나 다친 대전 안전공업 화재를 수사한 경찰이 손주환 대표 등 13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슬러지 방치와 불법 증축, 소방 경보 차단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조사됐다.
대전경찰청은 손주환 안전공업 대표 등 14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소방시설법 위반, 증거 위·변조 등 혐의로 입건해 이 중 13명을 검찰에 송치하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밝혔다. 파이낸셜뉴스는 대표이사 손모씨(77) 등 관계자 13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전했다. 송치 대상에는 손 대표와 생산관리팀장·생산팀장, 소방업무 담당 임직원, 건설업자 등이 포함됐다.
이들은 지난 3월 20일 대전 대덕구 문평동 소재 자동차 부품 공장인 안전공업(안전공업㈜ 문평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14명이 숨지고 60명이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것과 관련, 소방·안전 관리 등을 소홀히 해 대형 인명피해를 유발한 혐의를 받는다. 손 대표와 회사 임직원 등 12명은 소방시설과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불은 공장 설비 동작 과정에서 발생한 고온이나 금속 간 마찰·불꽃 등에 의해 시작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구체적인 공정이나 발화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경찰은 최초 목격자 진술과 화재 양상·연소 형태 등을 볼 때 1층 가공라인 천장 집진 설비 인근에서 불이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는 동관 1층 내부 ATH 5(가공설비)라인 끝부분 주변에서 처음 불을 목격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으로는 공장 덕트·후드 등 설비와 구조물에 장기간 축적된 슬러지가 지목됐다. 경찰은 공장 내부에 가연성 물질인 슬러지가 쌓였고, 국소 배기 장치 점검·관리가 부실한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불이 시작하자 급격히 번졌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는 동관 1층 집진설비 및 국소배기장치 내부에 오랫동안 쌓여 있던 기름때와 가연성 물질(슬러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꽃이 일면서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전했다.
또 '중이층'이라고 불리는 휴게 공간을 불법 증축하면서 방화구획이 훼손됐고, 방화문이 상시 개방돼 있어 화염과 불꽃이 2분 만에 휴게실로 유입됐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조사 결과 2.5층 휴게실을 불법 증축하는 과정에서 방화구획이 훼손됐고, 방화문은 상시 개방된 채 방치됐다. 불법 증축 공간에서는 9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를 받는 건설업자 1명은 손 대표의 지시를 받아 증축 허가 없이 동관 2층에 남녀 휴게실을 만들고, 동관에서 휴게실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방화구획을 훼손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공간을 허가받지 않고 증축한 건설업체 관계자에게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참사 당일 불이 나 소방 수신기가 작동했을 때 공장 관계자가 임의로 경보를 차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공업은 2017∼2018년부터 경보가 작동할 경우 화재 현장을 확인하기 전에 경보부터 차단하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들에게 교육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화재 당일에도 경보기가 금세 꺼져 직원들이 신속히 대피하지 못했다. 다수의 관련자 진술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경보기가 울렸지만 3~15초 만에 꺼진 것으로 파악됐다. 실질적인 피난·소방훈련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압수물을 분석한 결과 안전공업에서는 최근 5년 동안 최소 48건의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는 경보기 오작동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는데, 회사 관계자들은 경보기 작동이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는 대표의 지적에 따라 경보 차단을 지속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관리팀장과 생산팀장 등 4명은 증거위·변조 혐의도 받는다. 수사가 시작되자 손 대표와 법인의 처벌을 면하게 할 목적으로 화재 현장에서 하드디스크를 무단 반출해 안전 관련 서류를 위·변조한 이들에게는 증거 위·변조 혐의가 적용됐다. 위험성 평가표 등 15개 서류를 화재 이전에 마치 제대로 안전 관리가 이뤄진 것처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고, 사고 이후 작성한 사실도 경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불송치 결정된 1명은 안전공업에 인력을 파견했던 하청업체 대표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지만 경찰은 불법 파견 노동자에 대한 안전관리 의무는 안전공업 대표에게 귀속되는 것으로 보고 송치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대전노동청(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하청업체 대표를 불법 파견 혐의로 별도 입건해 송치할 예정이다.
경찰은 이번 화재와 별도로 대덕구 등 관계기관의 안전점검과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에 대해서도 별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다.
대전경찰청 류근실 광역범죄수사대장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되는 재난사고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통해 책임 있는 자에게 상응하는 법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라며 "이번 사고와 같은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