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4명꼴로 한 번 이상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량이 늘어나는 가운데 짧은 진료시간과 비대면 진료에 대응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용 마약류 연 19억개 처방…입법조사처 "실시간 감시 필요"
2024년 한 해 국민 약 2001만명이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았고 총처방량은 약 19억2663만개로 집계됐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짧은 진료와 비대면 처방 관리 공백을 지적하며 실시간 모니터링 의무화 등 시스템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17일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 번이라도 의료용 마약류를 처방받은 국민은 약 2001만명에 달했다. 같은 해 처방 건수는 약 1억건, 총처방량은 약 19억2663만개로 최근 5년 동안 꾸준히 늘었다. 처방받은 환자 1명당 연평균 약 96개가 나간 셈이다.
소아와 청소년층의 처방 증가세는 더 가파르다. 10대 이하 환자의 처방량은 최근 5년 사이 1.9배 늘어 환자 수 증가 폭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 처방량은 139% 급증했다. 펜타닐 패치나 식욕억제제 처방은 일부 감소했으나 항불안제, 최면진정제, 항뇌전증제, ADHD 치료제 등은 여전히 대량으로 처방되고 있어 중독과 의존 위험을 동반한 장기 복용 문제가 구조적으로 커지고 있다.
짧은 진료 시간에 이뤄지는 쉬운 처방은 과량 복용과 불법 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진찰 시간이 부족하면 환자의 중독 위험이나 다른 병원에서의 중복 처방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약을 언제 어떻게 줄이거나 끊을지에 대한 설명과 동의 절차도 생략되기 쉽다. 처방된 약이 대리 수령이나 신분 도용을 거쳐 불법 유통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위험을 키운다.
비대면 진료 역시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1년 11월부터 비대면 진료를 통한 의료용 마약류 및 오남용 우려 의약품 처방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그러나 2022년부터 2024년 4월까지 수만 명의 환자에게 비대면 방식으로 마약류가 처방됐다. 이 기간 규정 위반으로 실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2건에 불과했다. 2025년에는 유명 연예인이 단 몇 분간의 전화 상담만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제도의 허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의약품 안전사용서비스(DUR)와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을 운영하고 의사에게 처방 내역을 알려주는 안전사용 도우미 서한을 발송하고 있다. 위험 처방을 감지할 데이터와 도구를 확보하고도 고위험 의료기관에 대한 실질적인 경고나 제재, 명단 공개 등 적극적인 행정 조치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짧은 진료 관행과 느슨한 통제 시스템을 방치한 채 문제를 일부 개인의 일탈로만 축소할 것이 아니라 실시간 모니터링 의무화 등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