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강남 구룡마을 불법 망루 2년 만에 철거…충돌 없이 강제집행

서울 강남구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에 무단 설치된 대형 망루가 18일 강제집행으로 철거됐다. 법원 집행관과 경찰 등이 투입됐고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재개발 보상·이주를 둘러싼 주민과 SH의 갈등은 여전하다.

서울 강남 지역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개포동 구룡마을 입구의 대형 망루가 설치된 지 약 2년 만인 18일 철거됐다. 일부 주민이 항의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전 6시 30분께 구룡마을로 진입해 강제집행 절차를 시작했다.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구조물 철거는 오전 11시쯤 본격 착수돼 오후 3시께 완전히 끝났다. 경찰 기동대와 수서경찰서 직원 등 경찰관 250명이 법원 집행관을 지원했고, 현장에 소방 인력도 함께 투입됐다. 법원 측은 망루 해체 이후 잔해 정리 등 마무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철거된 망루는 면적 78㎡, 높이 11.4m(연합뉴스는 10m로 보도) 규모다. 구룡마을 총통합주민자치위원회(총통합위)가 2024년 11월 23일 마을 입구에 설치했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와 강남구청 등 마을 일대를 드나드는 행정 인력을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주민들은 거주사실확인서 발급과 재개발에 따른 토지 매입권을 요구하며 망루를 중심으로 농성 시위를 벌였다. 도시개발구역인 구룡마을에 구조물을 설치하려면 관할 행정기관 허가가 필요하지만 총통합위는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강남구청 등 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자진 철거를 명령했으나 이행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은 도시개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총통합위 위원장 유모(76)씨에게 지난달 12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보호관찰을 명령했다. 집행유예 특별 준수사항으로 한 달 내 철거를 붙였으나 이행되지 않아 이날 강제집행이 이뤄졌다. 유씨는 항소한 상태다. 그는 "도시개발에 앞서 주민들의 주거권과 재정착 대책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 마을 거주민 명단에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SH는 구룡마을 주민들을 대상으로 철거 이행에 따르겠다는 합의와 협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오전 10시께 현장에 도착한 유씨와도 논의했다. 이후 망루 위에 머물던 인원들이 주민들 연락을 받고 지상으로 내려왔고, 집기가 반출되며 해체 작업이 진행됐다.

강제집행을 바라보는 주민들의 시선은 엇갈렸다. 한 70대 여성은 망루 위에 올라 "오늘 사고가 나면 100% 경찰 책임"이라고 울부짖었고, 또 다른 주민은 "이곳에서 35년을 살았다. 사생결단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었는데 또 어디로 가야 하느냐"며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 철거를 지켜보던 한 주민은 "대책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60대 주민은 "마을 입구 흉물이 사라져 속이 시원하다"며 "(SH가) 임대주택을 마련해준다면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구룡마을은 재개발을 둘러싼 주민들과 SH의 갈등이 수년간 이어져 왔다. 마을은 1980년대 도심 개발 당시 밀려난 주민들이 정착하며 형성됐다. 상당수 주민이 떠났지만 갈 곳을 찾지 못한 저소득층과 고령층이 여전히 머물고 있다. 주민들은 3천739가구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 재개발 사업과 최근 화재로 주거지가 사라졌는데도 SH가 실질적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SH가 현실적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보상 수준을 내건다는 것이다.

SH는 지난해 구룡마을 일대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고 2029년까지 아파트 단지를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소득에 따라 임대료를 60∼100% 감면한 임시 공공주택을 제공하는 등 여러 차례 이주 대책을 제안했으나 번번이 거절당했다는 입장이다. SH는 지난 4월 미이주 주민 등 200여 가구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했고, 승소 시 강제집행이 예상된다. 지난 5월에는 화재로 집을 잃은 뒤 이주하지 않고 천막생활을 해온 거주민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수서경찰서에 고소했다. 이들이 퇴거하지 않은 것이 불법 토지·시설 점거이자 기관에 대한 업무방해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