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노인의 상대빈곤율이 35.9%에 달하는 가운데, 노인빈곤을 완화하려면 소득 하위 70%에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국책연구기관 분석이 나왔다.
노인 3명 중 1명 빈곤…보사연 "기초연금 하후상박·일자리 연계해야"
65세 이상 상대빈곤율이 35.9%로 나타난 가운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소득 하위 70%에 일률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소득수준별 차등(하후상박)으로 바꾸고 일자리·근로장려금·의료·돌봄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저소득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동시에 노인 일자리와 근로장려금, 의료·돌봄 등을 연계해 소득과 건강 상태에 따른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태완 선임연구위원과 한수진 연구원은 『보건복지포럼』(2026년 9월호)에 실은 ‘노인 빈곤 개선을 위한 정책 연계 방안’ 보고서에서 이 같은 방향을 제시했다.
상대빈곤율 35.9%…전체 가구의 두 배 이상
19일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의 상대 빈곤율은 35.9%로, 전체 가구 평균(15.3%)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노인 인구 3명 중 1명꼴로 중간 소득 수준의 절반도 벌지 못하는 셈이다.
중위소득 30% 이하 극빈층은 14.2%, 중위소득 30∼40% 미만은 11.9%, 빈곤 탈출 문턱에 있는 중위소득 40∼50% 미만은 9.8%로 나타났다.
빈곤선 턱밑 9.8%에 주목…월 17만7천원 차이
연구진은 빈곤선 바로 아래에 있는 노인 9.8%에 특히 주목했다. 2024년 기준 이들이 빈곤 기준선(월 163만9천원)을 넘는 데 모자란 돈은 중간값 기준으로 한 달에 17만7천원에 불과했다. 비교적 적은 금액만 보태줘도 빈곤층에서 벗어날 수 있어,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노인빈곤율을 가장 빠르게 낮출 수 있는 핵심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현행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비슷한 수준의 급여를 주는 구조라 빈곤 정도에 따른 지원 차이가 크지 않다. 연구진은 한정된 재원을 빈곤이 심한 노인에게 더 집중하는 ‘하후상박’ 방식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형편별 일자리·복지 연계…아픈 노인은 의료·돌봄
연구진은 노인의 경제적 형편에 따라 기초연금과 일자리, 복지 제도를 묶어 주는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극빈 노인은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만으로는 빈곤선을 넘기 어렵다. 거리 환경미화 같은 공익형 일자리를 함께 붙이면 생활비가 늘고 사회활동을 통한 건강 증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일자리에서 번 만큼 생계급여가 깎여 일할 의욕을 꺾는 모순이 있다. 연구진은 노인이 일해서 번 소득을 생계급여 계산에서 과감하게 빼 주는 공제 제도를 서둘러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금만 보태면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차상위 계층 노인에게는 제도의 결합 효과를 키워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사람에게 더 많이 주는 방식으로 기초연금을 개편하고, 저소득 근로자를 위한 근로장려금과 공익형 일자리를 패키지로 묶는 방식이다. 가령 개편된 기초연금 35만원에 공익형 일자리 월급 29만원, 근로장려금을 더하면 매달 75만원 안팎의 현금이 나와 빈곤선을 넘을 수 있게 된다고 봤다.
집을 소유했거나 여유가 있는 중산층 이상 노인은 나랏돈 지원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마련한 자산을 굴리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국 노인은 전 재산이 집 한 채에 묶인 경우가 많은 만큼, 살던 집에 살면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국민연금, 민간 일자리를 활용해 스스로 노후를 꾸리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파 일자리에 참여할 수 없는 취약 노인을 위해서는 긴급 의료지원과 재난적 의료비 지원을 강화하고, 집에서 치료와 보살핌을 받는 통합돌봄망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층 지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청장년층의 세금 부담이 커져 세대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균형 있는 보완책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