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를 무대(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한 행동이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교폭력 여부를 판정할 때는 법령상 정의에 맞는지만 볼 게 아니라 가해 학생의 연령과 관계, 선도·교육 필요성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다.
친구 밀어 다치게 한 초1, 대법 "학교폭력 아냐…연령도 고려해야"
초등학교 1학년 같은 반 친구를 80㎝ 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한 행위가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학폭 여부를 볼 때는 법령 정의뿐 아니라 연령·관계·선도·교육 필요성까지 종합해야 한다고 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 3일 학교폭력 피해를 주장한 초등학생 A군이 지역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학교폭력 재결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은 경기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한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023년 3월 경기 한 초등학교 1학년(만 7세)이던 B군은 방과후 배드민턴 수업 중 학교 다목적실에서 동급생 A군을 80㎝ 높이의 단상 아래로 밀어 다치게 했다.
경기도용인교육지원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는 이듬해 2월 B군의 행위가 신체적 피해를 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며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고, 교육장은 서면사과 조치를 했다. B군 측이 불복해 행정심판을 내자 경기도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그해 6월 학교폭력으로 보기 어렵다며 조치를 취소하는 재결을 했다. A군 측은 재결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쟁점은 만 7세 초등학생들 사이의 신체 접촉을 학교폭력예방법상 학교폭력으로 볼 수 있는지였다.
1심은 B군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봐 재결을 취소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라면 그 높이에서 또래를 밀면 떨어져 다칠 수 있다는 점과 그런 행동을 해선 안 된다는 점을 알았으리라는 이유에서다. 1심은 "가해학생이 어리고 사안이 가벼워 조치가 불필요하거나 지나치다는 단정 아래 명백한 폭행을 학교폭력으로 인정하지조차 않는 것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2심은 판단을 뒤집었다. 2심은 "행위의 발생 경위와 상황, 행위 정도 등을 신중히 살펴야 한다"며 "만 7세에 불과했던 B군을 법에 따른 조치로 선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정도에 이르렀거나, 학교폭력으로 의율해야 할 정도로의 행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도 2심이 맞다고 봤다. 어떤 행위가 학교폭력인지를 판단할 때는 "그 행위가 학교폭력 정의에 문언상 부합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행위의 경중, 발생 경위나 전후 사정, 피해·가해 학생의 연령이나 관계 등을 고려한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를 제시했다.
학생들은 성장하면서 인지·판단 능력이 크게 변하는 만큼, 그 능력이 어느 발달 단계에 이르렀는지도 선도·교육의 관점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학교폭력예방법상 '신체·정신·재산상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에 부합하는 듯한 행위를 모두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면, 학교생활에서 발생하는 학생들 사이의 모든 갈등이나 분쟁이 학교폭력에 해당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결과 피해 학생의 보호 및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의 필요성이 거의 없는 경우까지 학교폭력 가해 학생으로서의 부정적 평가를 받게 되는 등 자칫 가해 학생의 인권이나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B 학생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학교폭력에 해당하는지는 학교폭력 정의규정의 문언상 들어맞는지만 볼 게 아니라 행위의 경중과 경위, 가해·피해학생의 연령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