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주둔 미군 2만5천∼4만명 철수 검토…11월 최종 결정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주둔 미군 2만5천∼4만명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NBC가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유럽사령부 사령관이 국방장관에게 보고서를 냈고, 최종 권고안은 11월 6일 제출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에 주둔 중인 미군 2만5천∼4만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NBC 방송이 복수의 전·현직 당국자를 인용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알렉서스 그린케위치 미 유럽사령부 사령관은 이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이 검토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린케위치 사령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을 겸한다.

현재 유럽에 배치된 미군은 약 8만명이다. 2만5천∼4만명을 철수하면 병력이 3분의 1에서 절반가량 줄어든다. NBC는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가장 큰 감축 규모라고 전했다.

철수 대상은 육·해·공군을 망라한다. 병력 감축에 맞춰 유럽에 배치한 항공기, 함정, 무기도 감축 대상이다.

영향을 주로 받을 국가로는 주둔 규모가 3만6천명으로 가장 많은 독일, 1만2천명이 주둔하는 이탈리아, 미 공군·해군 거점이 있는 스페인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지원에 비협조적이거나 비판적이었다고 지목한 국가들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받은 보고서에는 유럽 내 일부 병력을 나토 동부전선 국가로 재배치하는 방안도 담겼다. 최종 권고안은 오는 11월 6일 제출되며, 트럼프 대통령 보고를 거쳐 확정된다.

이번 보고서는 나토의 책임성을 높이는 쪽으로 미군 주둔 방식을 바꾸겠다는 방침 아래 지난 7월 시작된 ‘유럽 태세 검토’에 따른 것이다. 유럽의 나토 방위비 증액을 압박하고 미군 주둔 규모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해석됐다.

헤그세스 장관은 지난 6월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이 검토를 6개월간 벌이겠다고 예고하면서, 유럽 내 미군 병력의 최소 규모(7만6천명)를 국방수권법(NDAA)으로 규정한 미 의회와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차관은 검토 개시를 발표하면서 “유럽이 재래식 방어에 주된 책임을 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그리고 되돌릴 수 없도록 움직이게 하는 실질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NDAA는 유럽 주둔 미군이 최소 규모에 미달하거나 주요 미군 기지·시설·자산을 처분할 경우 국방부의 특정 예산을 쓰지 못하도록 했다. 다만 상주병력 철수가 아니라 ‘순환 배치’나 ‘일시적 이동’으로 설명하면 NDAA를 우회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5월 주독 미군 5천명이 감축됐을 때도 순환 배치의 일환으로 설명됐다.

어떤 형태로든 유럽 주둔 미군의 역량을 줄이는 방향은 확실해 보인다고 NBC는 전했다. 최근 유럽 국가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도발 징후가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안보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도 짚었다.

독일·폴란드·라트비아를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는 파괴 공작, 사이버 공격, 암살·드론 작전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토 국가들의 군사 원조를 약화하려는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됐다.

유럽 주둔군 감축을 놓고 미국 안에서 국방부와 국무부가 견해차를 드러낸 정황도 있다고 NBC는 전했다. 6월 나토 국방장관 회의를 앞두고 미 국방부가 유럽 주둔군 수만 명 감축 계획을 각국 국방장관에게 통보할 예정이었는데,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이를 저지했다는 것이다.

국무부는 이후에도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문제에 관여하려 했으나, 국방부는 외교 사안이 아니라 순전히 군사적 사안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다는 게 전·현직 당국자들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