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분쟁을 해소할 조건을 미국에 다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 협상 재개를 시사한 뒤 나온 소식으로, 중동의 긴장을 완화할 동력이 있을지 주목된다.
이란 "미국에 조건 전달"…전면적 종전·해상봉쇄 해제 요구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분쟁 해소 조건을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다시 전달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전선 종식·해상봉쇄 종료·자산 동결 해제 등이 담겼고, 유엔 총회를 계기로 종전 협상 재개 여부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미국 뉴욕에서 중재국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조건을 전달했다고 23일(현지시간) 이란 관영 IRNA 통신에 밝혔다. 해당 조건에는 모든 전선의 전쟁 종식, 침략행위 중단, 미국 해군의 이란 해상봉쇄 종료, 이란 자산에 대한 동결 해제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발표는 세계 각국 정상들이 집결하는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란은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부 장관이 포함된 소규모 대표단을 총회에 파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이란 인사들이 총회를 계기로 유엔 본부에서 접촉했다고 밝혔다. 자신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3시간에 걸쳐 현안을 논의했다는 설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며 "아주 가까운 시일 안에 추가 회담이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란이 카타르의 중재를 통해 종전과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협상을 재개할지에 시선이 모인다. 추가 회담에 나선다면 누가 참석해 어떤 의제를 협상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라그치 장관과의 회담에서 "좋은 구상이 많이 나왔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않았다.
유엔 총회에 파견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아라그치 장관이 이란 내 협상파로 분류되는 만큼 만남의 의미가 제한적일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 이란 내 강경파가 미국과의 협상을 주도하고 합의 이행도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날 미국 뉴욕에 도착해 고위급 회기에 참여할 채비를 마쳤다. 이란 국영방송 IRIB는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항공기에서 내리는 모습을 뉴욕 공항에 도착했다는 자막과 함께 방영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전쟁을 하는 국가의 정상이 유엔 총회 연설을 위해 미국 영토에 발을 디디는 사례가 처음이라고 본다. 미국과 이란이 이번 총회를 계기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위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저지한다는 명분으로 올해 2월 28일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폭격해 전쟁을 일으켰다. 이란은 걸프국 내 미군기지, 담수화 시설, 에너지 인프라를 공격하고 글로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저항했다.
전쟁 장기화 우려가 커지자 미국과 이란은 지난 7월 양해각서(MOU)에 서명해 휴전과 협상 병행을 시도했으나 곧 다시 충돌했다. 양측은 전면전에서 벗어나 산발적인 소규모 무력공방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미국은 이를 꺾기 위해 이란에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